'양생'이 뭐길래…평택서도 갈탄 피웠다가 60대 인부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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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제이켐 작성일22-02-18 14:59 조회1,05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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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3시26분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9층에서 A(64·여)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를 발견한 인부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긴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쓰러지게 한 것은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하기 위해 피운 갈탄이었다. 환기가 되지 않아 유독가스가 퍼진 것이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수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건설업 질식사고 30%는 겨울철 양생 작업 등으로 발생
콘크리트 양생(養生·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작업과 관련된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 콘크리트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갈탄이나 조개탄을 피우면서 질식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195건의 질식 재해 사건이 발생해 168명이 사망했다. 질식사고의 40%(78건)는 건설업 사고다. 이 사고 중 32.1%(25건)가 겨울철에 발생했다. 상당수 사고는 양생 작업 중 발생했다고 한다.
시멘트를 물에 섞어 반죽하면 수분이 빠지면서 굳는다. 이를 이용해 골재를 시멘트 반죽에 섞어 굳힌 것이 콘크리트다. 하지만 수분이 빠지는 양생 과정에서 얼었다 녹는 냉해 피해를 볼 경우 균열이 생기며 파손된다. 구조물 붕괴로 5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도 불량 양생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선 콘크리트가 잘 마르도록 양생 작업을 한다. 보통은 수분이 빠지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방식이지만, 지나치게 춥거나 비가 많이 와 습도가 높으면 평소보다 더디 마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열을 가해 말린다. 내부에 난로 등을 넣어 연탄이나 갈탄 등으로 불을 피워 말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막이나 비닐 등으로 입구 등을 막기 때문에 질식사고나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A씨가 쓰러진 현장 역시 양생 작업을 위해 비닐 등을 둘러놓고 갈탄을 피웠다고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갈탄·조개탄 피워…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무리한 양생 작업은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4일 오전 6시42분쯤 화성시 남양읍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 1층에서 60대 작업자 2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 사고 역시 양생 작업을 위해 피운 조개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밀폐공간에서 작업하기 전 유해가스와 산소 농도를 확인해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산소호흡기 등을 쓰고 작업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질식사고 등을 막기 위해 양생 작업에 열풍기를 도입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용 등을 이유로 갈탄 등을 쓴다”고 말했다.
작업 환경·기후 등 고려한 공사 기한 책정 필요
전문가들은 건설현장 질식 작업을 막기 위해선 현실적인 공사기한 책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생 작업 자체가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콘크리트를 말리는 등 작업을 진행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호 인천대 교수(안전공학과)는 “공사 기간을 이론 등을 따져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하면서 건설 현장에선 무리하게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폭염이나 폭우, 폭설 등 기후 변화와 작업 환경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공사기한을 책정하고, 무리한 지시를 하는 현장은 페널티를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