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수치 32배… 독성 물질을 마셨다 (feat.트리클로로메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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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제이켐 작성일22-07-25 11:08 조회1,04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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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전국에서 처음으로 회사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는 창원 두성산업 집단 급성 간중독 사건인데요. 저희 KNN은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하고, 그 위험이 얼마나 가려져 있는지 파헤쳐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화학물질의 심각한 독성을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두성산업 노동자 A 씨는 급성 중독을 일으킨 세척제를 안전한 제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두성산업 노동자 A 씨/ "제가 처음에 했을 때도 지독했지만 이거(세척제)는 더 지독하다고 하더라고요. 세척액 있잖아요? 그것을 바꿨는데.. 안전하다고 바꿨다고 하는데 그게 더 지독하다(고 하더라고요.) }
에어컨 부속자재인 동파이프를 만들기 위해서 강력한 세척제가 필요한데, 이 물질이 독성 물질일줄은 몰랐습니다.
{두성산업 노동자 A 씨/ "소주 냄새보다 더 강하고 약간 어지러울 정도.. 옆에 손목 시계를 끼고 있으면 담그다보면 손목 시계가 다 녹아 있어요."}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 B 씨는 실제 세척작업에 투입된 노동자입니다. B 씨를 포함한 작업자들도 안전하다는 회사 말만 믿고 방독마스크 조차 제대로 쓰지 않고 독성물질을 마셨습니다.
{두성산업 노동자 B 씨(음성대역)/"장갑이 있는데 장갑에 만약에 구멍이 뚫렸다 그러면 손에 많이 닿고요. 그리고 세척을 한 다음에 에어(공기)로 불어서 세척액을 빼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세척액을) 붓는 과정에서 얼굴이나 옷이나 손에 많이 튀는 것 같아요."}
두성산업에서는 20대부터 60대까지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표이사 스스로도 이 물질이 이렇게 위험한 물질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두성산업 대표이사/ "이 물질의 성분을 한번 느껴보고자 직접 탈지작업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작업을 하고 저녁에 집에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소변이 노란색으로 나왔습니다. 탈지공정에 유통되고 있는 물질은 어떤 물질인지 아무도 모르실 것입니다." }
간수치가 1300으로 정상수치의 32배가 넘는 김해 대흥알앤티 노동자 C 씨도 같은 세척제를 사용했습니다. C 씨 또한 회사 말만 믿고 안전한 제품인줄 알았습니다.
{대흥알앤티 노동자 C 씨/ "그 전에도 우리가 회사측에 말했거든요. 냄새가 많이 난다. 많이 난다고 했는데 그거는 괜찮다고 몸에 해롭지 않다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으니까..저희들에게는.."}
대흥알앤티에서는 13명의 급성 간중독 환자가 나왔습니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사용한 트리클로로메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강한 독성 물질입니다. 클로로포름으로도 불리는 이 물질은 드라이크리닝이나 마취제로 쓰였는데 장기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철호/경남근로자건강센터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간수치가) 40을 넘으면 좀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간수치가) 1000이 넘었던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이게 조금 더 지속됐다면 전격성 간염으로 갔을 것이다. 만약 전격성 간염으로 갔다면 보통 3주에서 4주정도 사망하는 예가 많이 있었습니다. }
지난 1995년 양산 엘지전자부품에서 세척제인 2-브로모프로판에 의한 우리나라 최초의 생식 독성 직업병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더 안전하다며 일본에서 들여온 제품을 썼는데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생리 중단,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무정자증이 발생한 것입니다.
27년 전 후진국형 화학물질 중독사고가 2022년 대한민국에 다시 나타난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언제 든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